일본은 본격 추리소설의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작가들조차 추리 장르의 근원으로 영미 추리소설 명작을 손꼽습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아야츠지 유키토, 미야베 미유키 같은 대표 작가들은 창작의 출발점으로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 등의 고전 작가를 언급하며, 그 작품들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냅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작가가 직접 추천한 영미권 추리소설 명작들을 중심으로, 추천 배경과 작품의 영향력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1. 애거사 크리스티: 일본 작가들이 인정한 ‘완성된 구조’
일본 작가들이 영미 추리소설 중 단연 가장 많이 추천하는 작가는 애거사 크리스티입니다. 특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단순한 인기작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구조적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러 인터뷰에서 “내가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 추리소설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다”며, “폐쇄 공간과 인물 간의 역학, 그리고 결말의 반전은 지금 봐도 완벽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십각관의 살인』을 발표하며 ‘신본격 추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그 작품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대한 오마주였다는 점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역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가장 이상적인 미스터리라 말하며, 트릭과 인간심리의 결합이 탁월하다고 평가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전 명작들은 일본 작가들에게 있어 플롯 짜기의 정석, 독자 심리 조작의 교과서, 트릭 설계의 근본으로 여겨지며, 지금도 일본 추리작가 협회나 문학상 심사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2.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 추리라는 장르의 문을 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일본 작가들에게는 ‘장르적 문을 열어준 작품’으로 회자됩니다. 특히 추리소설 작가의 대다수가 어린 시절 홈즈를 통해 장르에 입문했다고 밝힐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셜록 홈즈는 단순한 탐정이 아니라, 추리적 사고의 상징이었다”며,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가장 감명 깊은 작품으로 꼽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홈즈 시리즈에 대해 “트릭 중심이 아니면서도 추리소설의 본질을 갖춘 텍스트”라고 평가합니다. 코난 도일의 영향력은 단순히 플롯이나 트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탐정 캐릭터의 정형화, 배경 설정의 미학, 탐정과 조수(왓슨)이라는 서사 구조는 일본 추리소설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3. 일본 작가가 사랑한 또 다른 영미 명작들
애거사 크리스티와 셜록 홈즈 외에도 일본 작가들이 추천하는 영미 추리소설 명작은 다양합니다. 특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조셉린 테이, 도로시 세이어즈, 엘러리 퀸, 존 딕슨 카 등의 작품이 자주 언급됩니다. 조셉린 테이의 『시간의 딸』은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과거의 사건을 재조명하며 진실을 추적하는 구조로, 감정선이 강조된 서사가 특징입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태양은 가득히』는 일본 여성 작가들에게 자주 추천되는 심리 미스터리입니다. 쓰지무라 미즈키는 “공포는 외부가 아니라 인간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만든 소설”이라 말합니다. 엘러리 퀸의 『로마 모자의 수수께끼』는 아야츠지 유키토가 추천한 작품으로, “독자와 지적으로 대결할 수 있는 추리소설의 정수”로 평가받습니다.
4. 결론
영미 추리소설 명작들은 단지 시대를 초월해 읽히는 고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본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창작의 뿌리였고, 지금도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구성, 아야츠지 유키토의 구조적 실험, 미야베 미유키의 감성적 서사는 모두 영미 고전 추리소설의 토대 위에서 발전한 결과입니다. 추리소설의 깊이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리스트는 최고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