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남성들. 특히 혼자 사는 4050 중년 남성에게는 외로움과 심리적 고립, 인생의 공허함이 종종 밀려옵니다. 바쁜 삶 속에서 감정을 누르고 살아온 이들이기에, 때로는 짧은 문장 하나, 한 권의 책이 오래 묵힌 마음을 열게 하기도 합니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단순한 젊은 세대의 에세이가 아닙니다. 이 책은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꾹 참고 살아온 4050 남성들에게도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하는 감성 도서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 책이 중년 남성에게 추천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다독이는지를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었던 세대, 말하지 못한 감정의 무게
1960~70년대에 태어난 4050 세대 남성들은 “남자는 울면 안 된다”, “힘들어도 묵묵히 견뎌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들은 회사에서 리더로, 가정에서는 가장으로 기능하며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변은 조용해지고, 혼자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허전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바로 이런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책입니다. 저자인 백세희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으며 정신과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의 대화를 그대로 풀어냅니다. 자신이 왜 불안한지, 왜 짜증이 나는지, 타인의 반응이 왜 상처가 되는지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독자 역시 자신의 감정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4050 남성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의 결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가족과의 거리, 사회에서의 역할 변화, 스스로에 대한 회의 등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감정들을 억지로 치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말로 어깨를 다독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외롭고 말 못 하던 감정은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 전하는 강한 공감 – 중년의 밤을 위한 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특별한 형식 없이 상담 장면을 기록하듯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타인의 대화를 옆에서 엿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히죠. 길지 않은 문장, 무겁지 않은 어조, 그러나 깊은 공감이 담긴 내용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중년 남성 독자들은 "글이 길고 철학적이면 지친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런 부담감을 덜어줍니다.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출퇴근 시간, 자기 전, 혼자 있는 카페에서도 틈틈이 읽기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의 구조 자체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책과 멀어져 있었던 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가볍기만 한 감성 에세이는 아닙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감정이 나한테도 있었네” 하는 자각이 찾아옵니다. 그동안 타인에게 툭툭 던지던 말들, 무심코 넘겼던 표정들 속에 숨어있던 감정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죠. 이 책은 자기 연민이나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독서 경험을 제공합니다. 무심한 듯 보였던 4050 남성의 마음에도 수많은 상처와 흔들림이 있었음을, 이 책이 다정하게 알려줍니다.
혼자 사는 중년의 밤에 건네는 다정한 인사
4050 중년 남성 중 ‘혼자 사는 남성’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혼, 비혼, 부모와의 단절, 배우자 사별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건 혼자의 정적(靜寂)입니다. 이 조용한 시간은 때때로 휴식이 되지만, 감정의 무덤이 되기도 합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이 혼자의 밤에 어울리는 책입니다. 굳이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이 책의 태도는 많은 위로가 됩니다. 실제로 책 속에 반복되는 문장은 '그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라는 말입니다. 4050 남성들은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언제나 엄격했고,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살아온 세대죠. 하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문장에는 삶의 이면, 무게, 유쾌함, 희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그래도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건 아직 삶에 남은 애착이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이 책은 특별한 해답을 주진 않지만, 오늘 하루를 살아낼 이유를 속삭여줍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누군가의 위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결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중년 남성에게 낯설지 않은 현실을 담담히 마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혼자 사는 4050 남성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기감정을 되짚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나아가 다시 일어설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 강함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고 안아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강함입니다. 그 시작은,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